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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리뷰

skul 스컬

by mammamia 2020.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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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감
흔히 조작감 좋은 플랫포머들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물 흐르는 듯 칼같은 조작감이 느껴집니다.
한 페이지안에 모든 조작법이 다 들어갈 정도로 단순하고 직관적인 조작체계를 가지는데, 대부분의 조작에 확실한 피드백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공격 동작이 좀 딱딱한 편입니다만 동작신뢰성이 높기 때문에 그런 제약사항에 대한 설득력이 충분합니다. 그런 딜레이가 자연스럽게 하나의 숙련요소로 받아들여지게 되니, 플레이어는 자연스레 회피와 캔슬을 써가며 게임을 손에 익히게 됩니다.

스피드, 파워, 밸런스 타입별로 어느정도 공통분모를 둔 후 스컬마다 개별적인 2차조정을 통해 조작감에 차이를 준 점도 좋게 평가할 만 합니다. 이런 요소들은 기획할 땐 되게 그럴싸한데 막상 구현하면 밸런스가 망가져 있거나 조금만 숙련되면 그게 그거인 결말이 나기 쉬운데, 스컬은 그걸 실제로 괜찮게 구현해냈습니다.

아트워크


픽셀아트는 사실 좀 남용되는(?) 치트키같은 면이 없잖아 있습니다만, 그런 소리 안 나올 정도로 깔끔한 디테일을 선보입니다.
색감도 매우 좋고, 몇몇 케이스를 제외하면 시인성 역시 아주 잘 고려되어 있습니다. 일대다수의 적들이 나오는 이런 액션 플랫포머에서는 자칫 화려한 효과에 몰입해서 그려내다 시인성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스컬은 그 중간을 잘 잡았습니다.

레벨 디자인


장면별로 구획을 나누고 약간의 기믹을 첨가하기만 한 평이한 레벨 구성으로 쓸데없는 데에 신경 쓰지 않고 전투에만 집중할 수 있는 단순하지만 확실한 구성입니다. 절차적 생성을 무슨 데우스 엑스 마키나쯤으로 여기던 2010년대 유행병에서 항체를 얻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욕심 안 부리고 안전한 수를 택했습니다.

적 디자인 역시도 욕심 없이 잘 정제되어 있어서 일대다수의 전투에서도 당혹스럽지 않습니다. 잡몹구간은 거쳐가는 몸풀기 구간이고, 보스전에서 증명하는 왕도적인 구성으로 되어 있는데, 얼리억세스라서 그런 걸지는 모르겠지만 뇌절 안하고 잘 멈추었습니다.

단점을 꼽자면 다층 플랫폼으로 구성되어 있으면서 좌우 방향 전투에 비해 상하방향 전투는 좀 터치가 안 된 느낌이네요. 적들이 어쩌질 못하니 exploit하기 쉬워서 약간은 김이 빠지는 부분이었습니다. 이 부분만 조금씩 다듬으면 전투의 긴장감이 훨씬 살아나고, 원거리 무기 밸런싱 쪽에도 가닥이 잡힐 듯 합니다.

리플레이 가치


몇 년 전 까지만 하더라도 절차적 생성이라는 도구를 데우스 엑스 마키나급으로 취급해서 굉장히 남발되었습니다만, 결과는 상당히 좋지 못했죠. 이 게임은 안전한 수를 택해서 기틀을 단단히 잡은 후, 잘 정제된 랜덤성으로 플레이어들에게 조심스럽게 어필합니다.

로그라이크 계열 게임의 리플레이 가치란 곧 '어떻게 이놈의 게이머가 죽은 뒤에 빡종 안하고 다음 판을 하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대책이라 할 수 있는데, 스컬은 캐릭터의 후천적 스펙이 너무 과도하지 않도록 아이템 슬롯이 제한되어 있으면서 변신과 아이템을 시작부터 던져주어 초반의 현자타임을 어느정도 극복시켜주는 요소를 통해 현자타임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그것을 구현했습니다. 육성요소도 플레이 요소에 분명한 영향을 주는 것들만 잘 엄선되어 도입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는 성장을 보장받지만 결국은 실력을 키워야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물론 캐릭터의 조작능력과 집중력에 어느정도 기대야 하는 부분이긴 해서, 극한의 럭키 컨텐츠를 초반에 맛보게 해 '이번엔 뜬다' 같은 마인드로 들이박게 하는 방식을 쓰기도 하고, 육성요소를 풍부하게 만들어서 단타 대신 장투를 노리는 방식도 있습니다. 각자 다 장단점이 있지만 랜덤이건 육성이건 딱 필요한 만큼만 쓸 거라는 제작진의 일관된 마인드를 엿볼 수 있군요. 게이머도 제작진도 실력으로 승부하자는 훌륭한 마인드 아니겠습니까.

컨텐츠 밸런싱


얼리억세스 치고는 그럭저럭 다듬어진 편...인데, 개발진 분들이 계속적으로 게임의 중추적인 부분을 조절해나가고 있기에 뭐라 평을 내리기는 이르겠습니다.


단점들 + 신경쓰이는 점들


원거리 스컬이 나오면 게임이 너무 편해집니다.

대쉬 쿨타임을 볼 수가 없군요.

버프 정보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습니다.

대화 상태에서 공격 버튼이 선택이 아니고 취소라서 약간 당황스럽군요.

투사체들이 피아 동일하게 나와서 투사체가 많이 나오는 상태가 되면 회피가 좀 껄끄럽습니다.


이런 자잘한 것들 외에는 사실 크게 다가오는 단점이 없습니다. 랜덤성이 가져오는 예측불허의 짜릿함이 거의 거세되어 있다는 정도가 있겠는데, 이것은 컨텐츠를 지속적으로 추가하면 나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총평


얼리억세스 핑계대지 않고 잘 재단된 컨텐츠를 선보이는, 예측가능하지만 그래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입니다. 지금 당장 하기에도 부담없고 재밌으며 추후 추가될 컨텐츠가 기대되기도 하는군요. 가격도 만 구천원이면 적절한 편입니다.

이런 게임의 유일한 걱정은 제때 완성이 안 되고 옆그레이드만 하면서 늘어지는 것인데, 제작진들의 패치노트나 로드맵 등을 보면 그럴 가능성은 낮아보입니다.


슬슬 '국산 인디'가 그저 감성팔이로 여겨지지 않을 시대가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제 법만 좀 개선되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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