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프로와 레이네오 Air 2s, 두 개의 시선 – 앱등이의 솔직 담백 비교기 나는 자타공인 애플 광팬, 앱등이다. 예전에 비전 프로 사용기를 올린 적이 있는데,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번에는 뜬금없이 RayNeo Air 2s라는, 어떻게 보면 비전 프로와 비슷한 물건을 또 사게 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멀쩡한 비전 프로 놔두고 왜?’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름의 절박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비전 프로의 치명적인 단점, 외부 기기와의 유선 연결 부재 때문이었다. 이게 얼마나 큰 문제냐면, 비전 프로는 맥 미러링은 되지만 애플TV 미러링은 안 된다.
음악을 홈팟으로 출력할 수는 있지만, 2채널 스테레오 사운드만 지원한다. 돌비 애트모스를 제대로 즐기려면 애플TV가 필수인데, 비전 프로는 이걸 직접 연결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나마 NDI 변환 장치를 써서 애플TV의 HDMI 신호를 비전 프로로 전송하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영상과 소리 사이에 끔찍한 딜레이가 발생한다.
레이턴시를 최소화하는 전문 장비는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비싸서 엄두도 못 낼 수준이고. 비전 프로 자체 스피커도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고 소리도 꽤 괜찮지만, 아무리 좋아봤자 헤드셋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홈팟의 풍성하고 입체적인 사운드에는 절대 비빌 수가 없다. 비전 프로를 산 이후로 영상을 거의 이걸로 보게 되었는데, 화질은 끝내주지만 사운드는 확실히 너프된 느낌이었다.
하지만 화질이 워낙 좋으니 소리 문제는 어느 정도 감수하고 봤었다. 그렇게 거의 일 년 가까이 애플TV는 먼지만 쌓여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RayNeo Air 2s가 내 눈에 들어온 것이다.
RayNeo Air 2s는 Xreal과 비슷한 AR 글래스…라고 하기엔 사실 HMD에 더 가까운 물건이다. 예전에도 Xreal에 잠깐 혹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무슨 ‘빔’이라는 액세서리가 없으면 제대로 쓸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뭘 이것저것 덕지덕지 붙이는 걸 싫어하는 나는 그냥 포기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RayNeo에서도 비슷한 기능을 하는 액세서리를 쓸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RayNeo Air 2s 소개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묘하게 끌리는 거다.
마침 블랙프라이데이 할인 기간이기도 했고, 국내 총판인지 지사인지가 있어서 AS도 비교적 수월할 것 같았다. Xreal보다 더 최신 제품이고 디자인도 훨씬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뽐뿌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질러버렸다.
마치 운명에 이끌린 것처럼. RayNeo Air 2s는 소니 마이크로 OLED 패널을 사용하고, 해상도는 좌우 각각 1080p다. 비전 프로와 비교하면 스펙 차이가 꽤 크다. 비전 프로는 자세히 들여다봐도 픽셀이 거의 보이지 않는데, RayNeo는 글자를 읽을 때 픽셀이 눈에 띈다. 시야각도 훨씬 좁다.
마치 고급 레스토랑의 풀코스 요리를 먹다가 동네 분식집 떡볶이를 먹는 기분이랄까. 하지만 이제 나는 영상 종류에 따라 화면과 소리 중 무엇을 우선시할지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화질을 중시하면 비전 프로, 사운드를 중시하면 RayNeo를 선택하는 것이다. 예전에 쓰던 빔 프로젝터도 있었지만, 오래 사용하다 보니 상태가 점점 안 좋아져서 비전 프로를 산 이후로는 거의 쓰지 않았다. 이제 RayNeo가 빔 프로젝터를 완전히 대체하게 된 셈이다. 상태 안 좋은 빔 프로젝터보다 RayNeo가 훨씬 낫다.
RayNeo에 애플TV를 처음 연결했을 때, 생각보다 훨씬 좋은 화질에 깜짝 놀랐을 정도다. 마치 낡은 흑백 TV를 보다가 최신형 스마트 TV를 보는 기분이었다. RayNeo를 산 직후에 비전 프로를 수리 맡기는 바람에 며칠 동안 이것만 집중적으로 사용해 보기도 했다.
(비전 프로 오른쪽 스피커에서 발열 문제가 있어서 워런티 기간 끝나기 전에 수리받으려고 했던 건데, 애플 서비스 센터에서 며칠 만에 새 기기처럼 바꿔줬다. 데이터는 전부 날아갔지만… 미리 고지는 받았지만 설마 했는데 정말 그럴 줄이야;) 며칠 동안 RayNeo만 쓰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나는 이제 비전 프로 없이는 살 수 없는 몸이 되었다는 것, 그리고 만약 비전 프로를 사기 전으로 돌아가서 RayNeo를 먼저 접했다면 ‘이 정도면 충분한데 비전 프로가 왜 필요하지?’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는 것.
비전 프로를 쓰다가 RayNeo를 쓰면 화면 품질의 차이가 확연히 느껴지지만, 홈팟을 쓰다가 비전 프로 자체 스피커를 쓰면 그보다 훨씬 더 큰 소리 품질의 차이가 느껴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역시 나는 시각보다 청각에 훨씬 더 예민한 사람이었다. 마치 미식가가 고급 와인을 마시다가 저가 와인을 마시는 것보다, 훌륭한 음악가가 콘서트홀에서 연주를 듣다가 길거리에서 버스킹 공연을 듣는 것에 더 큰 괴리감을 느끼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3D 영상이 2D로 바뀌는 건 또 다른 문제다. 비전 프로에서는 유튜브 영상을 다운로드해서 실시간으로 3D 변환해서 재생하는 것도 가능한데, RayNeo는 3D 기능이 있긴 하지만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굳이 시도해보지는 않았다. 마치 최신 3D 영화를 보다가 예전 2D 영화를 보는 기분이랄까.
신기한 건 비전 프로나 RayNeo 모두 플리커링이 없을 리가 없는데, 장시간 사용해도 눈이 피로하지 않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화면을 볼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심지어 화면 밝기를 많이 낮춰도 그렇다.
PWM 디밍 방식이라면 이렇게 저휘도에서 눈이 편할 리가 없는데, 정말 이상하다. 일반 OLED와 마이크로 OLED의 차이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던데, 그게 정말 맞는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초점 거리가 멀어서 그런 걸지도. 마치 안경을 쓰고 책을 읽는 것과 비슷한 효과일지도 모른다. RayNeo는 물리 버튼으로 화면 밝기를 조절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사용하기에는 비전 프로보다 훨씬 낫다.
비전 프로는 눈 뜨자마자 평소 밝기로 사용하면 눈이 꽤 피로해진다. 마치 어두운 방에서 갑자기 밝은 불을 켠 것처럼 눈이 부시다.
그런데 RayNeo 화면 밝기를 절반 이하로 줄이면 밝기만 줄어드는 게 아니라 아이폰의 ‘화이트 포인트 줄이기’ 기능과 비슷한 변화가 생긴다. 화면 색감이 미묘하게 변하는 것이다.
영상을 볼 때는 화면 밝기를 줄이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책을 읽을 때는 이런 식의 밝기 조절이 눈의 피로를 덜어주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마치 형광등 아래에서 책을 읽는 것보다 은은한 조명 아래에서 책을 읽는 것이 눈에 더 편안한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RayNeo를 컴퓨터 모니터 대용으로 쓰는 것도 꽤 괜찮다. 4K 모니터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말도 안 되는 소리겠지만, 나는 1080p 싱글 화면으로도 충분하다. 비전 프로에서 맥 미러링으로 울트라 와이드 뷰를 제공하는 것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1인이다.
게다가 나는 아무리 앱등이라도 집에서는 맥보다 리눅스를 더 많이 사용한다. 마치 여러 벌의 옷이 있지만 편한 옷만 계속 입게 되는 것처럼, 익숙한 환경을 선호하는 것이다.
이제 나는 비전 프로는 거의 누워서 사용하고, 앉아서 작업할 때는 RayNeo를 더 자주 사용한다. 밥 먹고 바로 누우면 건강에 좋지 않으니, 이럴 때는 RayNeo를 활용한다. 마치 소파에 앉아서 TV를 보는 것처럼 편안하다.
비전 프로는 최고의 ‘눕독’ 머신이지만, RayNeo는 누워서 쓰기에는 다리 부분과 케이블 때문에 불편하다. 하지만 옆으로 누워서 사용할 때는 꽤 괜찮았다.
유튜브 터키 우회 실패하는 경우 다시 바로잡는 방법입니다
유튜브 프리미엄 때문에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는지 몰라요. 한때는 ‘형제의 나라’ 터키를 이용해서 저렴하게 유튜브 프리미엄을 즐겼었는데, 얼마 전에 갑자기 강제로 결제가 취소되는 바람
mangamia.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