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단단히 먹고 18만 원을 투자했던 로지텍 K810과의 설레는 첫 만남, 그 생생한 기억은 아직도 뇌리에 선명합니다.
하지만 키보드의 세계는 마치 깊은 바다와 같았죠. 손끝을 자극하는 기계식 키보드의 매혹적인 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려는 찰나, 머릿속을 스치는 합리적인 외침, "중복 투자는 이제 그만!" 결국 저는 '무접점 키보드의 끝판왕'이라 칭송받던 리얼포스의 세계로 과감히 뛰어들었습니다.
Topre REALFORCE 106U 한글(블랙). 그 묵직한 존재감과 독특한 타건감은 마치 '이제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라는 만족감을 안겨주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시간은 흘러, 아이패드용 키보드조차 40만 원을 훌쩍 넘는 현실 속에서 한때 저의 자랑이었던 리얼포스는 점점 빛을 잃어갔습니다. 매일매일 함께하다 보니, 그 특별했던 타건감마저 어느덧 너무나 익숙한 일상이 되어 더 이상 가슴 설렘을 주지 못했죠.
마치 운명과 같은 만남은 어느 날, 무심히 지나치던 키보드 전시 매장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제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은 것은 바로 키크론 Lemokey X3 유선 풀배열 키보드였습니다.
첫눈에 반한다는 표현이 이럴 때 쓰는 걸까요?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느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매력은 실로 놀라웠습니다. 함께 매장을 둘러보던 지인들 역시 저와 같은 생각이었죠.
수많은 키보드 중, 유독 렘키 X3만이 우리 모두의 시선을 강렬하게 붙잡았습니다.
오랜 시간 리얼포스를 사용하며 마음속 깊이 아쉬웠던 점들이 있었습니다. 화려한 조명이 없다는 것, 무선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텐키리스 모델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후회.
이번에 선택한 키크론 렘키 X3 역시 유선에 풀배열이지만, 단 한 번의 타건으로 모든 망설임은 사라졌습니다. 쿠팡 로켓배송으로 놀랍게도 56,100원이라는 가격에 손에 넣을 수 있었죠.
리얼포스의 무접점 방식만큼 완벽히 조용하지는 않지만, 사무실에서 사용하기에 전혀 부담 없는 은은한 또각거림과 손가락을 기분 좋게 밀어주는 적절한 반발력은 키보드에 대한 새로운 애정을 샘솟게 했습니다.
10년 가까이 리얼포스만 고집하며 찾아왔던 익숙함 속의 지루함. 키크론 Lemokey X3와의 만남은 저에게 키보드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는 놀라운 경험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마치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첫사랑을 다시 만난 듯한 기분이랄까요?
카테고리 없음
무접점 명가 키크론 Lemokey X3로 되찾은 키보드의 설렘
반응형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