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나 알바 후기: 신세계 아닌 노동의 세계였습니다. 그냥 느낀 점을 담담하게 써서 나름 정리해 보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글을 읽고 도움이 되셨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습니다.
어젯밤 11시, 갑작스러운 문자 한 통. 다음 날 출근 가능하냐는 질문에 “가능하다”고 답했더니, 출근하고 보니 취소됐다고 하네요. 화가 났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습니다.
지원은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가능한 조건으로 했는데,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가능하냐고 물어보더군요. “내일(수요일)은 가능하다”라고 답했지만, 뭔가 찜찜하더라고요. 설마 출근 1시간 전에 취소 문자 보내는 건 아니겠지요?
그런데 미안했는지, "홀 업무도 가능하냐"고 물어서 가능하다고 했는데... 신발 사이즈가 맞는 게 없다네요. 여기서부터 웃음 버튼 ON. 😅
알고 보니, 이곳에서 알바를 구하는 이유는 직원들 휴무 대체나 예상외로 바쁜 날을 대비해서라고 합니다. 그런데 알바들이 펑크가 자주 나니까 티오를 여유롭게 잡는다고 하더라고요. 이해는 가지만, 이렇게 여유롭게 뽑힌 나머지 인원은 도대체 뭐가 되는 걸까요?
게다가 출근 최소 30분 전에는 도착하라고 하면서, 문자 발송은 새벽 5시부터 시작됩니다. 전 알바들이 펑크를 너무 내서 그런지, 문자에 엄청나게 집착하는 것 같더라고요.
기본 정보
- 아웃소싱 업체: 이ㅇ플러스
- 식사시간: 직원이든 알바든 딱 30분. (참고로 남자 사우나는 30분 식사시간으로 정해져 있다고 함.)
- 식대: 직원식당에서 유니폼 입고 가면 공짜로 먹을 수 있음. 다만, 30분 안에 엘리베이터 기다리고, 밥 먹고 다시 올라가는 게 불가능에 가까워서 그냥 안 먹음.
- 화장실: 회원용 화장실은 사우나 안에 있지만, 직원용 화장실은 한참 돌아서 계단으로 내려가야 함.
- 휴게실: 이게 휴게실인지 창고인지 모를 수준. 청소 도구, 분실물 등 각종 잡동사니가 쌓여 있음. 정수기는 아예 없고, 물 마시려면 파우더룸 정수기를 회원들 눈치 보며 사용해야 함.
- 휴게실 2: 알바들이 옷 갈아입는 공간. 상대적으로 깨끗하지만, 여기는 세신사 여사님들이 주로 사용하는 곳이라 눈치가 조금 보임.
하는 일
공고에는 "비품 정리 및 수건 정리"라고만 되어 있더라고요. 그런데 실제로는 **비품 정리** + **수건 및 빨래물 수거**로 바꿔야 합니다.
특히 여자 사우나는… 여성분들 목욕 좋아하시는 거 모르시나요? 😭 남성 사우나는 수건 한 장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여성 사우나는 기본 4~6장.
1. 큰 수건
2. 머리 감을 때 사용하는 수건
3. 발 닦는 수건
4. 목욕탕 들어가 의자에 깔 수건
5. 파우더룸에서 몸 가리거나 머리 말릴 때 사용하는 가운
6. 사우나복(티, 반바지, 양말)
여성 1인당 이 모든 걸 쓰신다고 보시면 됩니다.
빨래 수거는 빨랫감 바구니가 총 15개쯤 있습니다. 거기다 물 젖은 수건 전용 함이 2개, 큰 통 3개.
그 통이 얼마나 크냐면, 성인 여성 1명이 들어가도 될 정도입니다. 😅 무게는... 말 안 해도 아시겠죠?
빨랫감 한 바퀴 돌면 깊은 바구니 2개 꽉 채워서, 이걸 3~4번 반복해야 합니다. 수거된 빨랫감은 남자 알바가 와서 처리하긴 하지만, 여자 사우나는 양이 워낙 많아서 계속 더티를 돌 수밖에 없습니다.
황당 포인트
1. 휴게실에 정수기가 없다: 직원들도 생수 사 오거나 집에서 물을 싸 옵니다.
2. 의자 없음: 다이소에서 파는 저렴한 플라스틱 의자조차 없습니다.
3. 회원들 예의 바름: 회원들은 친절하고 여유로운 분들이 많습니다. 청소 중이면 알아서 비켜주시고, 고맙다고 인사까지 해주심.
추천 포인트
저는 단순히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려고 단순노동을 선택했습니다. 잡생각 없이 몸을 움직이고 싶으신 분들께는 추천드리지만, 생수, 빵등, 간단한 간식은 필수로 챙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