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대답해야 하는 질문을 피하는 법에 관한 글을 써보고자 한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집요한 추궁이나 결코 대답하고 싶지 않은 질문을 교묘하게 피할 수 있을까? 반드시 대답해야 하지만, 또 꼭 피해야만 하는 문제들이 있다. 섹스스캔들, 채무위기, M&A 소문, 주가나 기밀 정보 등이 여기에 속한다. 그런데 정치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이 말장난이 유용한 위기 대처법이 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기업의 홍보부 책임자이고 기자가 당신의 회사에 매우 불리한 질문을 던졌다면 당신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당신이 연예인인데 기자가 당신의 사생활을 집요하게 추적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외박을 하고 아침에 집에 돌아왔는데 아내가 문 앞에 버티고 서서 어젯밤 어디에 있었느냐고 묻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처신해야 할까? 앞에서 말한 것처럼 화제를 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화제를 돌리기 전에 우선 상대의 주의력을 돌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먼저 상대의 주의력을 흩뜨려놓지 않으면 당신이 곧 대답할 동문서답식 답변을 상대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랜드리서치라는 기관이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의 로저스 교수, 하버드대학 비즈니스스쿨의 노튼 교수와 인간관계에 응용할 수 있는 ‘화제 전환 전략'에 대해 공동 연구를 실시한 바 있다.
‘화제전환전략' 이란 질문과 유사한 문제에 대한 대답을 내놓음으로써 질문자가 방금 전 자신이 무슨 질문을 했는지 혼동하게 만드는 것이다. 특히 질문자가 사회적인 목표나 불명확한 목표에 주의를 집중하고 있을 때는 응답자가 자신이 던진 질문을 교묘하게 피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힘들다.
우리는 실험을 위해 10분짜리 정치토론 영상 두 개를 준비했다. 하나는 응답자가 질문에 그대로 대답하는 영상이고, 다른 하나는 응답자가 원래 질문을 교묘하게 피해 유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내놓는 영상이었다. 우리는 우선 실험 지원자들을 무작위로 세 그룹으로 나누어 각기 다른 과제를 제시한 후, 세 그룹을 각각 두 그룹으로 나 누어 두 가지 영상 중 하나를 보게 했다.
A 그룹 : 목표가 없는' 그룹
이 그룹에는 사전에 아무런 과제도 주지 않고 영상을 보게 한 후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방금 영상에서 질문자는 어떤 질문을 했나요?” “영상 속에서 응답자는 제대로 된 대답을 했나요?” 실험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원래 질문을 교묘하게 피해 대답하는 영상을 본 참가자들 가운데 질문자가 던진 질문을 정확하게 기억하는 사람은 40퍼센트도 되지 않은 반면, '질문에 그대로 대답하는 영상을 본 사람들 중에는 약 90퍼센트가 질문을 기억해냈다.
결론 : 질문회피 기술에 대한 심리적 경계심이 없는 사람들은 상대의 이야기를 단 10분만 들어도 논리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그들은 원래 질문이 무엇인지 기억하지 못하고 그에 대한 대답이 '동문서답' 이라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B그룹: '사회적인 목표'를 가진 그룹
이 그룹의 실험참가자들에게는 사전에 한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영상을 집중해서 시청하면서 두 가지 문제를 생각해보라고 한 것이다. 하나는 “응답자는 어떤 사람일까?” 라는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당신은 응답자 같은 사람을 좋아하는가?”라는 문제였다. 영상을 모두 보여주고 난 다음 우리는 A그룹에게 했던 것과 똑같은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과연 실험참가자들의 대답은 어땠을까? 실험 결과, 이 그룹은 A그룹보다 적중률이 훨씬 떨어졌다. 대다수 참가자들이 응답자를 평가하는 데 정신을 집중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 질문을 교묘하게 피해 대답하는 영상을 본 실험 참가자들 가운데 질문을 기억해낸 사람은 25퍼센트도 되지 않았고, ‘질문에 그대로 대답하는 영상을 본 사람들 중에도 80퍼센트만이 원래 질문을 기억해냈다.
결론 : 일반인들 가운데 질문을 교묘하게 피해 대답하는 기술을 간파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C그룹: 대조 그룹
이 그룹에 대해서는 본래의 주제에 맞추어 상황을 설정했다. 이 그룹에 속한 참가자들에게는 영상 속에서 응답자가 화제를 돌리고 있는지 판단을 내리고, 그들이 어떤 방법으로 질문자의 질문을 피하는지 관찰하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결론 : ‘문제를 발견하라'는 과제를 제시하자, 대부분의 실험 참가자들이 영상 속에서 응답자가 원래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응답자가 회피 기술을 구사하고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 중 대부분이 회피 기술을 확인한 후 놀라워했다. 현실에서 사람들은 상대가 회피 기술을 구사할 것임을 예상하고 미리 경계하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연구 결과는 대답하기 싫은 질문을 받았을 때 거의 대부분의 경우 ‘화제 전환 전략'을 통해 질문을 회피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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