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파산한다면... 어떻게 될까? 괜히 겁주려고 하는 말이 아니다. 실제로 우리는 주변에서, 또는 텔레비전 뉴스에서 기업, 또는 개인의 파산 소식을 종종 접하게 된다. 어제까지만 해도 백만장자의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던 사람이 오늘 아침에 갑자기 큰 손실을 입어 자산 가치가 폭락하거나 심하면 파산 지경에 몰릴 수도 있다.
평범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과거에 잘 나가던 사람이 빈털터리가 되고, 어엿한 기업을 경영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노숙자 신세로 전락하기도 한다. 지금은 일이 순조롭게 풀리고 돈을 잘 벌고 있더라도 “만약 내일 당장 파산한다면”이라는 생각을 늘 염두에 두어야만 위기를 적절하게 관리하고 방어할 수 있다.
고용주나 사장, 관리자들은 “내일 당장 회사가 파산한다면 직원들을 어떻게 다독이고 위로해야 할까?”라는 문제를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중소기업 경영자들을 교육하는 자리에서 물었다. “내일 당장 회사가 파산한다면 직원들을 어떻게 다독이고 위로하 겠습니까?”
그러자 10명 중 9명이 이렇게 대답했다. “나 하나도 건사하기 힘들텐데 직원들을 위로할 겨를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 9명은 정말로 파산한다면 신속하고도 조용하게 전 재산을 챙겨 야반도주를 할 것이다. 과연 위기 상황을 감추고 지지를 얻어낼 수는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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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스물한 살의 레베카는 20만 달러라는 거액을 빌려 월스트리트에 슈퍼마켓을 열었다. 그런데 불행하게 도 그녀의 창업은 1년 7개월 만에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제일 큰 원인은 입지 선정 실패였다. 충분한 시장조사를 하지 않아 유동인구가 적은 위치를 선택했던 것이다.
게다가 안정적인 상품 공급원을 확보하지 못해 원가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자금난으로 몇 개월 동안 직원들의 월급을 제때에 지급하지 못하자 급기야 직원들이 노동부에 고발하겠다며 그녀를 위협했다. 다급하게 은행에 대출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했고 사모펀드사와 벤처투자사에서도 외면당했다.
궁지에 몰린 레베카는 직원들에게 자신의 고통을 털어놓지 못하고 심한 고민에 빠졌고, 심지어 자살 충동까지 느꼈다. 그녀는 자존심을 지킬
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슈퍼마켓의 파산과 직원들의 실직은 시간문제였지만 그녀는 끝까지 포기하고 싶지 않아 하루하루 근근이 버티기만 했다. 훗날 레베카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었어요. 머릿속은 수많은 거짓말로 가득 차 있었지만 한마디도 입 밖에 내지 못했죠.”
내가 물었다.
“왜 직원들에게 그럴듯한 해명을 하지 않았습니까? 자금 순환이 어려워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슈퍼마켓 문을 닫겠다는 등 흔한 변명을 할 수도 있었잖아요.” “그런 생각도 안 해본 건 아니에요. 하지만 직원들에게 신뢰를 잃기가 싫었어요.” 이 말이 바로 문제의 핵심이다.
경영자가 직원들에게 '신뢰'를 얻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장 내일 파산하는 마당에 어떻게 직원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이것은 지구 상의 모든 경영자, 특히 야망과 이상을 갖춘 경영자들이 고민하는 문제다.
현실 도피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 위기를 감추기 위해서는 노련한 기술이 필요하다. 나는 기업의 관리자와 경영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만에 하나 회사가 파산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 미리 생각해놓아야 합니다. 이건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경영자가 마지막까지도 직원들에게 존경과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죠.”
위기가 닥쳤을 때의 대응 절차, 잘 다듬어진 해명의 말을 머릿속으로 항상 생각해두어야 한다. 그래야만 위기가 닥쳤을 때도 지지와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설령 지지와 신뢰는 얻지 못한다 해도 적어도 명예가 실추되거나 심한 비난과 질책에 시달리지 않을 수 있다.
우리가 기업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업무 효율성 조사 결과에 따르면, 회사의 경영 상태가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믿는 직원들이 그렇지 않은 직원에 비해 업무효율이 무려 3배나 높았다. 나는 관리자들을 교육할 때마다 직원들에게 꾸준한 신뢰를 쌓으라고 말한다. 평소에 쌓아놓은 신뢰는 경영 상태가 양호할 때가 아니라 위기에 처했을 때 막강한 효과를 발휘한다. 직원들에게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재무제표, 직원 임금 등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들 외에 경영자의 인격과 ‘세뇌 능력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에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그래야만 갑작스러운 악재가 터져 당장 회사 문을 닫아야 할 위기가 닥치더라도 직원 들은 사장이 분명히 적절한 대처방법을 내놓을 것이며, 관리자가 자신들을 잘 지휘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리더는 강한 자신감과 함께 유창하고 그럴듯하게 해명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어쩌면 후자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직원들이 조직을 신뢰해야만 위기가 닥쳤을 때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는 법이다. 훌륭한 기업이나 경영자는 세금 문제나 제품의 품질 문제, 불리한 정부 정책, 자금난 등의 위기가 닥쳤을 때 회피하기에 급급하지 않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세뇌 전략이다.
위기에 처한 기업에 경영컨설팅을 해줄 때 몇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
기업이든 개인이든 과거의 손해를 보상받으려는 심리가 있다. 그러므로 위기에 직면해 위기극복계획을 수립할 때는 앞으로 어떻게 수정하고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포함시켜야 한다.
둘째,
높은 지표나 원대한 비전을 실현하지 못했다면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 직원들에게 계획을 수정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할 때는 불가피한 현실을 강조하고 과거의 '실현 불가능한 약속'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말아야 한다. 처음부터 계획에 대해 설명할 때 “이미 결정한 계획이니 열심히 노력해서 꼭 실현시켜야 합니다”라는 말 대신 “성사 여부는 하늘에 달렸습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라고 말하는 것도 중요하다.
너무 거창한 약속을 해버리면 나중에 약속이 실현되지 못하거나 위기가 닥쳤을 때 직원들이 위기를 받아들이기가 힘들고 심하면 경영자를 원망하게 된다.
셋째,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직원들의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직원들의 최저생활을 유지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신뢰를 완전히 잃고 돌이킬 수 없게 된다. 경영자는 자신에게 고용된 직원이라면 그가 할 일이 있든 없든, 기업이 수익을 창출하든 말든, 또 그의 업무 태도가 만족스럽든 만족스럽지 않든, 그가 실수를 저질렀든 아니든, 그를 해고하지 않는 한(물론 해고할 때도 임금은 정산해주어야 한다) 그를 먹여 살릴 의무가 있다.
이조차도 하지 않는다면 그 경영자는 ‘감추고 싶은 진실'을 감출 수 없으며 조직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도 없다. 이것은 집단 세뇌의 가장 기본이며 남들에게 호감을 사고 존경받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넷째,
경영자가 극도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직원들에게 머지않은 장래에 반드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어야 한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사과 그리기'다. 관리자는 전체적인 결과가 실패한 원인을 찾아내 반성하는 한편, 그 와중에도 구체적으로 어떤 전략이 성공하고, 어떤 방법이 효과를 발휘했는지 분석해 칭찬하고 격려해야 한다. 그래야만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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